해외생활/Austria seit 2017

내가 양치질을 하는데 쓰이는 물의 양

like아이린 2021. 8. 18. 20:50

지난 주에 두달 정도 일하러 갔던 슈서방이 돌아왔다. 항상 그렇듯 집상태가 괜찮은지 체크. 청소상태는 괜찮은지 등등 ㅡㅡ;... 우리집은 2층짜린데, 2층엔 우리가 살고 1층 반은 주차장, 반은 작은 원룸이 있다. 아직 완성된 건 아니라 아무도 살고 있지 않고 차후엔 렌트를 주거나 게스트룸으로 쓰려고 생각했다. 그렇게 슈서방이 1층을 보려고 내려갔다가 좋지않은 외침을 듣고 놀라서 헐래벌떡 내려가보니 1층 바닥에 누수가 되어 물이 깔린게 아닌가!!

 

정말 황당했던건 바로 며칠 전까지만해도 내가 들어갔을 땐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이렇게 타이밍 좋게(?) 슈서방이 오자마자 물난리라니...하.......... 알고보니 공사할 때 수도관 연결하는 사람이 제대로 하지 않아서 물이 샜고, 아마도 꽤 오랫동안 질질 샜을텐데 이게 뭐 싱크대 아래.. 그것도 가려져있는 벽면에서 샌 물이라 내가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적었다. 안그래도 좀 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나는 화장실을 쓰지 않아서 그런줄 알고 정말 1주전에 변기 청소까지 해놨던 터였다. 내가 뭔가 잘못했으면 슈서방이 나한테 별말을 다했을텐데 이건 정말 내잘못도 아니고 알아차릴 수가 없는 일이라 그 화는 피해갔다. 아이고. 그래서 어쨌든 1층은 결국 거의 다시 공사를 해야할 판. 나에겐 정말 '내 잘못이 없다' 라는 거에만 초점이 맞춰져 집이 이꼴이 났어도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2층은 멀쩡하고 수도공사를 제대로 못했으니 뭐가됐든 보험사에서 비용처리를 다할테니, 검사관?이 와서 확인하고 잘잘못을 따져서 수도공사 회사잘못으로 판명되면 여태 직접 다 고생해서 한 공사를 이번엔 그냥 사람써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바닥은 나무바닥이라 더 큰 문제지만 보험사에서 지불될 금액들이니 뭐 큰 상관없겠다 싶다. 물론 쓸데없이 신경쓸 일도 많아지고 했지만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고, 이미 벌어진거 스트레스 받아봐야 아무 소용없지 않나.

 

어쨌든 이 사태는 금요일 늦은 저녁에 벌어졌고 그때부터 우리집은 단수를 해야했다. 1,2층 수도관이 통일되어 있어서 단수를 해야만 했는데 다행히 시엄마집이 바로 앞이라 화장실과 씻는 건 시엄마댁에서 할 수 있었고 마시는 물 정도는 큰통을 사다가 썼다. 볼일을 보는 것도 참 내 집이 아니니 마음이 불편해서 쉽지 않았다. 원래 난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데 단수가 된 요 며칠간은 신기하게도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다. 일부러라도 물을 더 적게 마시니 나에겐 거의 없는 두통 때문에 두통약을 먹어야만 했다. 난 원래 아침에 물세수만 하는데 물이 없으니 물티슈로 세수를 했다. 군대에서 물티슈로 다 해결한다더니 이런 느낌이겠군.. 근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양치는 어쨌든 물이 필요하니 식수를 이용했는데, 처음엔 얼마나 필요한지, 내가 얼마나 쓰는지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부엌에서 쓰는 500ml 짜리 피쳐로 물을 떠다놓고 양치를 하는데 그 물양으로는 정말 아주 최소한이었고 최대한 아껴써서 그 정도 쓸 수 있었다. 그럼 평소의 나는 도대체 양치에 물을 얼마나 쓰는 것일까?!

 

한국에서 아파트에 살땐 물탱크 청소와 같은 이유로 어쩌다 한번 단수가 잠깐 되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욕조나 김치 담구는 큰 대야같은 곳에 물을 한가득 받아놓고 썼던 기억이 난다. 지금 사는 집은 욕조가 엄청 큰데, 거기에 물을 받아 놓자 싶어서 시엄마네서 양동이 한가득 물을 받아 날랐는데 두번 나르고 gg쳤다. 상태가 안좋은 발목덕에 무게를 들고 옮기려고 하니 아파서 테이핑을 하고 옮겨야했고 욕조가 너무 커서 양동이를 두번 나르고도 욕조바닥에 찰랑찰랑한 정도였다. 떠서 뭔가 하려고 해도 뜰 수 없는 물의 깊이였다. 그 순간 올해했던 월드비전 버츄얼 러닝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프리카에 사는 물부족 국가 아이들은 매일 물을 뜨러 오가는데만 5-6km씩 걷는다는데 난 100m도 두번 나르고 힘들어서 gg를 치고 있다. 요즘 날씨도 종잡을 수 없고 기온도 알 수가 없고 여름인지 가을인지 구분이 안가고, 곧 식량난이 온다, 물은 안그래 보여도 부족하다 하고 싱숭생숭한 가운데 이렇게 단수를 고작 며칠 겪어보니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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