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Austria seit 2017

여행 후 루틴 되찾기.

like아이린 2021. 7. 14. 23:41

올해 처음으로 휴가다운 휴가. 여행 다운 여행을 다녀왔다. 2주 정도 다녀왔는데 와서 제일 힘든건 사실 원래 나의 매일의 습관을 다시 되찾는 것이었다. 여행 후 오는 공허함도 아니고. 남편이 한달이 넘게 일하러 떠나있다가 와서 몇일 있다가 2주간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는데 다녀오니 원래 하던 루틴들이 모두 무너져 있었다. 물론 그런 루틴들을 여행가서도 하면 좋지만 여행 일정이나 파트너를 배려하지 않는 루틴까지 지키고 싶진 않았다. 여행 동안에도 한건 아침 스트레칭 정도였는데 뭐 그거야 시간이 10분정도고 일어나자마자 그냥 침대위에서 하면 되는 스트레칭이고 그거 안하면 온 몸이 뻗뻗한 느낌이라 고정도는 애교라 하겠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러닝이었다!! 아직 런린이긴 하지만 러닝 고자였던 내가 이탈리아에서도 러닝을 하고 싶다! 하니 슈서방도 흔쾌히 같이 달려주었다. 뭐 그래도 하루에 2-3만보씩 걸으니 이미 운동량은 넘쳐서 적당히 힘든 날에만 달렸고, 이탈리아에서 첫날밤과, 로마에 있을때 한번 달렸는데 그 외에는 평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행 중에 내 무릎을 아작내고 싶진 않았다. 굳이 테이핑할 것까지 챙겨가진 않았다. 

 

가지고 있던 각종 러닝 액세서리 운동화까지 다 벗어두고 입수.

그래도 여행가기전 혼자 있을땐 아침 스트레칭, 저녁 30분 요가 정도는 계속 해줬는데 휴가를 다녀오니 왠걸?!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보다 훨씬 더운 것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딱 그 주말에만 그랬던 것이긴 했지만 너무 갑자기 더워진 느낌이라 너무 힘들었다. 오스트리아 오면 점 선선하니 숨쉴만 하겠지 했건만... 더 말라죽을 것 같은 느낌. 너무 더울땐 러닝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러닝하기 좋은 날은 적당히 구름이 낀 날. 바람이 많이 안분다면 구름은 조금 더 껴도 좋다. 더울 때 달린 날엔 달리기를 끝내는 지점을 호숫가로 맞춰서 운동복을 입은채로 그대로 입수한다. 오스트리아에 사니 이런것 저런 것 남의 시선에서 신경안쓰고 사니 이런점은 참 좋은 것 같다. 나체로 수영을 하든, 러닝웨어를 입고 입수하든, 비키니를 입든... 입수하고 나면 열이 확 끓어올랐던 몸의 체온이 정상체온으로 한순간 돌아와 선선한 바람이 그제야 느껴진다. 휴가 2주간 두번정도 밖에 달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만큼 달린 내가 대견하다.

 

러닝앱을 돌아보니 3월인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프로그레스는 참 더디지만 그래도 발전은 분명히 있다. 특히나, 오스트리아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내가 사는 곳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해발 500 m인데 평소 생활할땐 그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탈리아 휴가가서 바로 다음날 러닝하러 나갔는데 5km  개인기록 세우고, 심지어 트레이닝앱에서 항상 강조하는 '옆사람과 대화하며 달릴 수 있는 속도'로 정말 슈서방과 대화하며 달리는데도 숨도 거의 차지 않고 더워서 몸이 늘어진다뿐 힘든 느낌은 전혀 없이 엄청 가볍게 달렸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처음 달린 이탈리아의 그 도시는 해발이 거의 0에 가까웠다. ㅎㅎㅎ 아주 평지이기도 하고. 내가 달리는 곳은 평지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언덕이라도 높낮이가 끊임없이 변한다. 덕분에 매번 똑같은 시간동안 달리는데 숨이 넘어갈 것 같음은 변하질 않는다. 그래서 달리기를 해도 큰 변화가 없다는 회의감이 꽤 빨리 찾아왔는데 (런린이 주제에..) 이탈리아가서 진정한 평지에서 달리고 보니 아 그래도 발전이 없진 않았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여행다니며 러닝할 시간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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