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Austria seit 2017

부부생활의 지혜

like아이린 2021. 8. 31. 05:55

.....라는건 나에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절대 안하지만!! 워낙 내멋대로 살아온 인생이고, 남편도 그런지라 3년 넘게 같이 살아오니 최근 싸움이 느는 것 같다. 서로 본색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해야될까.. ㅋㅋㅋㅋ

 

오늘은 근데 나혼자 나름대로 고민하고 승질을 가라앉혀 싸우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는데, 기록하지 않고 지나가면 또 까먹을 것 같아서 남겨본다. 내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생각됐다. 

오늘 연습한 오일파스텔 그림 아보카도 :)🥑

오늘 일하면서 집에 도착하면 치킨 커리가 먹고 싶으니 해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해뒀다. 그랬더니 남편은 당연히 해주겠다며 답해서 치킨커리를 먹을 생각에 피곤한 몸을 질질 끌고.. 고픈 배를 부여잡고...(?) 집에 왔는데 왠걸?! 남편이 옆집 시엄마네 집에서 일을 해주고 있는게 아닌가?! 집에 들어오기도 전에 뭘하고 있나 인사하고 잠시 서서 보다가 피곤해서 집으로 일단 들어왔다. 집에는 내가 기대하고 있던 커리는 온데간데 없고, 커리를 만들려고 내어둔 코코넛밀크만 덩그러니 주방테이블 위에 홀로 쓸쓸히 서있었다... 뭐지... 무슨 시나리오일까...

 

남편은 현재 1년간의 일을 다 몰아쳐하고 집에서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집안일+집공사등 잡일이야 할게 끊임이 없지만 사실상 크게보면 할일이 없다!! 요즘은 컴터게임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 근데 왜 시엄마 일을 일찍부터 도와주지 않고 내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저러고 있는가. 처음엔 순간 짜증이 확 나부렸다. 근데 뭐 남편과 시엄마, 시엄마 남편분은 셋이서 사우나를 짓고 있는 중.. 그 전의 히스토리를 보자면 손재주 개뿔도 없는 시엄마 남편이 뭘 해보겠다고 뚝딱거리다 사우나가 거지꼴이 난게 뻔한걸 슈서방이 떼우고 있을 확률이 가장 컸다. 그렇다고 해서 내 짜증을 바로 가라앉히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배는 고프니, 쌀을 씻어 앉히고, 후다닥 치킨커리를 요리했다. 그리고 커리가 거의 마무리 되가고 마지막 끓이는 타이밍만 남았을 때 불을 줄이고, 밥도 취사를 눌러놓고 샤워하러 들어갔다. 나란 뇨자 샤워하는데 10-15분이면 끝나는 뇨자... 그렇게 샤워하고 나와서 혼자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그래... 저기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 코코넛밀크도 저렇게 요리하려고 내놓고선 시작도 못하고 여태 일하고 있는 거겠지...., 시엄마 남편이 이미 몇개월전에 그지꼴을 만들어놨으니 저렇게 조용히 도와주고 있는 거겠지.. ' 생각을 계속 하고하고 또하고.. 그러다보니 처음에 속이 부글부글 끓던게 배가 차올라서 그런가 어느새 조금 식었다. 그러면서 웃긴 예능 유튜브 보면서 낄낄 대고 다 먹고 다 치우고 나니 그때서야 남편이 들어왔다.

 

슈서방은 내 예상대로 온갖 짜증을 내며 들어왔다. 남이 똥 싸둔걸 치워야 했던데다가, 기껏 지은 사우나는 겨울 지나고 다시 다 해체해야할  판이고, 예상으론 일찍 끝내고 내 밥도 해주려고 헀으나 그것마저 못했으니 짜증이 많이 났나보다. 그걸보니 오히려 내맘이 풀렸다. (?ㅋㅋㅋㅋㅋ) 그러다보니 뿔난 슈서방의 마음을 뭔가 내가 우쮸쮸해줄 수 있다보니 그 순간 뭔가 희열이 느껴졌다?? 변태인가 ㅡ.ㅡ 원래라면 들어오자마자 으아니~ 커리먹고 싶다고 기껏 점심시간 후부터 얘기를 했는데~~ 하루종일 컴터 게임하다가 왜 이제와서 도와준다고 나가서 그러냐!! 등등.. 그런 얘길 했겠지... 그럼 아마 둘다 서로 짜증나서 사우고 저녁내내 말을 안했을 것이다. 물론 짜증나는 그 상황에 슈서방이 옆에 있었으면 그런사태가 일어나고도 아마 남았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이런식으로 앞으로도 생각하고 스스로 자제하고 발전시켜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생활이란 참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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