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Austria seit 2017

말하는대로...

like아이린 2021. 9. 6. 19:06

나에게 스타벅스란 정말 특별한 기억이다. 일본 워홀을 가서 일본인조차 경쟁률이 대단하다는 스벅에서 일하게 됐다. 그것도 1년이상 일할 사람 아니면 구하지도 않는다는데 난 일을 구했을 때 이미 워홀비자가 두달이 지난 상태였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너무 강렬하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아직도 그 시간이 너무 그립다. 

 

지금 일하고 있는 루이비통은 일을 그만두기로 얘기를 마친 상태라 9월 30일까지만 일하고, 10월초엔 드디어 2년만에 한국에 간다! 두달 정도 있다올 예정인데, 당연히 다녀와서 무슨 일을 해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작년에 잘리고 뭐하고 해서 다들 실업률이 엄청 나다고들 떠들어대지만 그런 걱정을 난 원래 잘 안하는 편이다. 왜냐면 될놈될이니까. 게다가 오스트리아엔 실업급여가 빵빵하다보니 지금 노는 사람들이 실업급여만 받고 취직을 안하려고도 해서 회사에선 또 우습게 인력난으로 난리다. 구하려고 하면 사람이야 얼마든 있겠지만 '제대로된' 사람을 구하기는 또 쉽지 않은가보다. 작년 초 코로나 터지기 직전에, 한창 일때문에 우울한 적이 있었다. 그게 그때만 잠깐 그랬던게 아니라 꽤 오랜시간 이어졌던 터라, 당장 아무것도 안하고 시골집에 틀어박히기엔 정신적으로 오히려 문제가 더 생길것 같았다. 그래서 그리운 스타벅스를 다시 찾았으나 인터뷰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당시 상당히 어이없었다^^) 그리곤 코로나 덕분에(?) 너무 일이 많아 허덕였던 시간도 줄고 한동안 단축근무 덕에 좋기도 했고, 단축근무는 내 포지션에서 금방 다시 풀타임으로 전환됐다. 그나마 여전히 코로나 덕에 일의 양이 허덕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코로나로 거의 1년반을 더 버텨왔는데, 한국도 장기적으로 가고 싶기도 해서 지금이 드디어 그만둘 시기다 라고 생각했다. 또 그동안 생각해왔던 사이드잡을 좀더 발전시켜보고 싶은데 지금 직장에선 퇴근하면 너무 힘들고 정신이 없어서 뭘 더 한다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일먼저 때려치고 ㅋㅋ 어차피 한국 다녀와야되니까 갔다와서 생각해보자 라고만 생각.. 어쨌든 무슨 일이든 할 것 이라고 생각했다.

 

오스트리아에서의 프리랜서의 삶이란 참 힘이 든다. 어느 나라에서나 프리랜서는 힘이 들지만, 일단 세금이 너무 크고, 보험료만 해도 월급에서 돈이 다 나간다. 슈서방도 그렇고 슈서방 누나도 프리랜서인데, 슈서방은 워낙 프로젝트 크기가 크고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이라, 초반 장벽이 커서 고생했지 지금은 일이 넘치고 게다가 임금도 엄청 세다. 근데 슈서방 누나는 일단 디자이너다. 이나라나 한국이나 디자이너가 박봉인건 매한가지인가보다. 지금도 정말 기초생활수급자? 그런 정도로 생활하면서 2년정도 해보고 안되면 프리랜서를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 나이라 36살인데 언제까지 그렇게 적은 돈을 받으면서 생활할 수는 없는 노릇인거다. 예를 들면 작년 프리랜서 시작해서 12월까지 총 수입이 7천유로인데 그 중 3천이 세금으로 떼이고, 그것도 모자라 1500유로를 더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아니... 7천유로 번것도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 중 3천이 세금이라니. 문제는 또 보험인데, 보험료를 개인적으로 내면 엄청나게 비싸다. 아직 나도 정확힌 모르지만, 예전에 비자를 바꾸면서 아주잠깐 보험이 비어있는 기간이 있었는데 한달 보험비를 사비로 하면 400유로 넘게 내야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아마 프리랜서로 일하면 그정도나 그 이상을 내야할 것이다. 그마저도 수입이 올라가면 많이 내야한다. 이런 써글....

 

그래서 내가 결정한건 풀타임 + 사이드프로젝트가 아닌, 파트타임 + 사이드프로젝트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주에 24시간을 일하면 보험처리도 되고, 월급이 낮으니 일단 떼이는 세금도 많지가 않다. 그래도 월급은 세전 900후반대에서 1000유로 정도까지 받을 수 있다. 일단 일주일에 3일만 일하면 4일이나 나는 시간이 나며, 그동안 스트레스 받지 않고 체력적인 힘듦없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마음껏 준비할 수 있다!! 그럼 보험문제도 해결, 세금도 사실상 사이드프로젝트에서 대박적인 수익이 나지 않는 이상은 세금도 적을 것, 혹은 없을 것이니 부담 가질 필요가 없다.

내가 일했던 교토 스타벅스 휴식시간에...

그런데 이미 스벅은 까였으니, 다시 또 도전해봐야할지, 일반 까페에서 일을 찾아봐야할지.. 참 고민이 됐다. 그.런.데.......... 지금 우리 매장에 새내기들이 몇명 들어왔는데 그 중 한명이 스벅에서 일을 했다는게 아닌가?!!!!!!!!!!!!!!!!!!!!! 오마이갓. 난 이 아이와 얘길 해야해!!!!!!!!! 라고 혼자 티는 못내고 들떠있었다. 오늘 아침에 딱 출근을 했는데 그 아이가 오늘 나한테 교육받는 날이었다 꺆. 그래서 얘기하기 시작하는데 아 정말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그 교토 스벅에서 만났던 친구들이랑 딱 비슷한 스벅느낌이 뽈뽈나는 친구였다. 새내기들이랑은 그쪽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색해서 말을 막 많이 하진 않았는데 정말.. 참을 수 없었다 ㅋㅋㅋ 어차피 내가 그만두는 것은 다들 알고 있기에, 스벅에서 일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더니, 본인이 친했던 점장님한테 얘기해놓겠다면서!!! 하... 정말... 번호까지 따버렸다.

 

이런 순간이 내가 강력하게 무언갈 원할때 믿으면 이루어지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순간이다. 물론 내가 아직 스벅에서 일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이런 작은 기회조차 주어지고 인사이더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이다!! 

 

게.다.가. 잘츠부르크엔 스벅이 3곳이 있는데 내가 인터뷰 봤던 곳은 쇼핑몰에 있는 스벅이었다. 근데 거기 인터뷰보고 떨어졌다고 했더니 차라리 떨어진게 잘 됐다면서, 그때 내가 인터뷰봤던 그 점장이 알고보니 쓰레기였던 것.... 성추행으로 잘렸다고 한다. 무슨 지가 엄청 대단한 것처럼 잘츠 스벅 세군데다 매니징한다는 식으로 얘길했었는데, 다른 점포 한곳에선 이미 애저녁에 성추행으로 출입금지를 당했었다고 한다;;; 대박쓰... 내가 생각해봤을 때 나는 만만해보이지 않아서 채용을 안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뭐 그거야 모를일이고... 어쨌든 넘 좋다!!!! 한국에 갈 날도 기다려지지만 한국 다녀와서 다시 스벅에서 일할 시간도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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