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퇴사가 멀지 않았다.

like아이린 2021. 10. 4. 04:41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목요일. 다음 주 목요일까지 딱 일주일 남았다.  임시저장을 해두고 완료하는걸 잊어버려 지금은 그만두고 3일째다.

 

 

 

회사도 너무 좋은 회사고, 동료들도 너무너무 좋은데 일이 맞지 않아서 그만둔다.

그것도 1년쯤 됐을 때부터 계속 그만두고 싶었지만 코로나다 뭐다 해서 그냥 그만둬버리기가 어려웠다. 

 

이전 직장에선 너무 할일이 없어 심심해 몸을 베베꼬곤 했다. 

그래서 할일이 넘쳐나는 이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땐 참 좋았는데, 일은 어딜가나 일일뿐. 

일이 너무 많은데 개인적으로도 힘들어지니 몸도 힘들고 멘탈도 나갔을 땐 가벼운 항우울제를 복용해야만 했다. 난 우울과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인데 약을 먹을땐 이건 내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지금도 그런 우울한 나는 '진짜 나'와는 거리가 멀다곤 생각하지만 힘들 때 약을 먹는 것에 대해선 마음은 좀 편해졌다. 그게 확실히 내가 좀더 원래의 나로 돌아가기 위한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힘들 때 그만두고 일을 줄이려고 스타벅스 알바까지 알아봤는데 알바까지도 탈락했다.

솔직히 어이없었다. 주변에선 내 스펙에 내 경력을 가진 사람이 한낱(?) 스벅 알바를 하겠다고 찾아와서 타당한 이유도 없으니 받아주지 않은것 아니냐 했지만 어이없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어찌됐든 코로나 덕에 일이 확 줄어들어 참 일할 맛이 났다. 일의 양 자체도 줄었는데 단축근무를 해서 하루에 1-2시간 일찍 집에 가니 너무 너무 좋았다. 뭐 그것도 잠시 근무시간은 금방 원상복귀 됐다. 

그래도 일이 많이 없으니 정말 일할 맛이 났다. 그러면서 멘탈도 조금씩 다시 돌아왔다. 

이제는 한국에 가고 싶어 퇴사한다. 일반 휴가로 2주 정도 가면 굳이 퇴사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 2년 안간적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굳이 꼭, 지금 두달을 가기로 한다.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새로운 일이든 뭐든 시작하기 어려울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인터넷에서 많이 볼 수 있듯이 뭔가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 퇴사하지말고 일과 병행하면서 시작하는게 좋다고 한다. 나도 무슨 말인지 너무 이해는 하는데.. 그리고 어느정도 시도도 해봤다. 그런데 과연 내가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일까? 매일 일에서만 15000보를 걷는 데 일주일에 두번씩 퇴근 후 러닝을 하면서 체력을 더 길러보려고 노오력을 해봐도 참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난 지금까지 그랬듯, 다시 내 갈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됐든, 그냥 돈벌이인 직업이 됐든, 난 잘해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