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내가 퇴사할 수 있었던 이유.

like아이린 2021. 10. 11. 11:29

나는 이제까지 수많은 퇴사를 했다. 일명 프로 퇴사러. 내 몸과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외쳐서 멈춰야 할 때를 알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금방 그만두는 나를 보고 '그렇게 해서 조직생활을 어떻게 할거냐', '그렇게 해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냐' 등등의 충고를 했지만 난 바뀌지 않고 오로지 내면의 소리에만 귀기울였다. 그 선택들로 인해 지금의 상황이 더 나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난 적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조직에서 긴 시간 몸을 담그는 선택을 했을 때의 결과보다 지금처럼 살아오면서 내 안에 쌓인 풍부한 경험들의 기회비용의 가치가 난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나라를 거쳐오며 결혼도 할 것 같지 않았던 내가 정착 비스무리 한걸 하면서 명품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딱히 명품에 관심도 없고, 주어진 포지션에 대한 큰 관심도 없었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결정했다. 그런데 이런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하면서 하는 말이 있다. '남편이 있어서, 남편이 돈을 많이 버니까 퇴사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왜냐면 그동안 나는 나 스스로를 책임져왔고 누군가 책임져주지 않더라도 내가 한 선택을 온전히 짊어졌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일을 그만두고 귀국할 때도, 일본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도 난 나만의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지금 회사에선 2.5년 정도를 일하고 퇴사했는데, 그나마 남편이 있으니까 나 혼자가 아닌 삶을 공유하는 위치가 되었으니 그나마 더 빨리 안그만두고 버텨본 것이었다. 돈을 벌고 있는 파트너가 있어서 내가 굳이 오스트리아를 떠나지 않고도 일하지 않으면서 머물 수 있는건 맞지만 남편의 돈에 기대서 일을 그냥 그만 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퇴사를 했고 당장 어떤 정해진 수입은 없으니 (실업급여는 있다!) 조금 의지가 되긴 하겠지만 난 결혼했지만 독립적인 삶을 살 것이고, 반드시 내 길을 찾을 것이다.